부산 스시이마
이번 부산 여행 중 찾은 곳은 마린시티 인근에 위치한 스시이마.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의 일식당 사카에 출신의 마민재 셰프님이 오픈한 스시야 업장이다.
요즘들어 우후죽순 생겨난 스시야들은 런치/디너로 각각 2부씩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
이 스시야는 하루에 딱 한 타임만(디너 18시) 최대 6명의 손님을 받고 있다. 한 타임만 소규모로 진행되다보니 음식과 접객에 많은 신경을 써주실 것 같았고, 그를 증명하듯 캐치테이블 리뷰들도 다 하나같이 좋아서 이 곳에 가게 되었다.

오마카세 시작 :)
이 날 함께한 샴페인은 앙리 지로 에스프리 나뚜르. 적당한 청량감과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 있어 중간중간 배부를 때마다 한잔씩 마셔주니 가볍게 음식을 피니시할 수 있어 좋았다. 오늘 요리에 사용될 도화새우를 보여주시고, 대게가 들어간 따뜻한 차완무시로 요리가 시작되었다.



웰컴 드링크로 제공된 루이 페드뤼에 역시 훌륭했고, 무엇보다 매니저님의 친절한 접객 태도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 잔에 따라 어떻게 향이 바뀌고 맛이 바뀔 수 있는지, 식사 내내 이것저것 잔을 바꿔주시며 신경써주시던 모습이 감사했다.



말린 다시마, 보리된장을 올린 광어 사시미가 나왔고, 셰프님이 자랑스럽게 2시간전 막 잡힌 고등어라며 내어주신 활고등어회도 훌륭했다. 확실히 이렇게 바로 잡힌건 서울에선 먹기 힘드니까(고등어는 스트레스를 잘 받아서 서울올라갈때 많이들 죽어버린다). 다만 활어회 특성상 감칠맛이 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는 점이 누군가에겐 아쉬운 포인트일수도 있는데, 고등어회 위에 올라간 참깨 소스가 이 점을 훌륭히 보완했다. 간장에 조린 아귀간 역시 부드러웠고, 스시가 시작되기 전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은 참다랑어 뱃살. 고소한 지방이 많은 부위이기 때문에 와사비를 많이 얹어서 먹어도 전혀 맵지 않고 입에서 사르륵 녹는다. 그 다음엔 같은 부위가 아부리된 버전으로 나오고, 뒤이어 셰프님이 준비해주신 것은 우니와 한치. 한치를 마치 면발처럼 가늘게 썰어내셨는데, 덕분에 식감이 재밌었다. 상큼한 맛 덕택에 식전 메뉴로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쪄 부드러워진 전복을 게우 소스와 함께 내주시고, 전복을 다 먹으면 게우소스를 비벼먹을 밥도 소량 담아주신다. 그리고 일본 아키타에서만 판다는 이부리갓코를 안에 크림치즈를 말아 함께 내어주셨는데, 이부리갓코는 우리말로는 훈연 단무지이다. 아키타에서는 대표적인 밑반찬 중 하나라고 하는데, 한 입 먹어본 순간 훌륭한 안주라는 생각이 들어서 따로 구매처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아무튼 이렇게 먹으면 요리는 끝나고, 국물 맛이 깊은 굴국으로 이제 본격적인 스시가 시작된다. 셰프님이 보여주신 그 날의 라인업. 하루 한 타임, 6명에게만 제공되기에 저렇게 정성스럽게 플레이팅된 상태로 세팅되어 있다.




전갱이, 줄무늬 전갱이 스시로 시작되었고 캐비어가 올라간 도화새우도 정말 훌륭했다. 우니도 내 입맛엔 맛있었는데, 일행도 만족스러워하긴 했지만 캘리포니아산 우니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이어서 처음에 멈칫하던 그 표정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맛있었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마도로 초밥. 앙리 지로 샴페인으로 한번 입가심하고 나니 도화새우 머리튀김이 나왔다. 평소 새우 머리를 즐겨먹는 편은 아니지만, 이 곳의 새우 머리튀김은 바삭하고 고소하여 정말 입이 즐거웠다.




관자 위에 우니를 얹은 스시가 나오고, 마지막 장어초밥이 나오기 전 셰프님이 앵콜스시가 있는지 여쭤보신다. 사실 이미 이전 시점부터 일행은 배불러서 셰프님께 양해를 구하고 회만 받아서 먹고 있었는데 나는 다행히(?) 위가 커서 가마도로 스시로 앵콜을 요청드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식감의 장어초밥과 함께 스시가 끝나고, 사진에는 없지만 교꾸를 내어주신다.
마지막은 할로윈을 맞아 귀여운 호박 모나카와 함께 마무리. 저 안에는 녹차 아이스크림이 들어가있다.
서울에 있는 비슷한 가격대의 스시야들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스시이마.
셰프님이 음식 하나 하나에 신경을 쏟는다는 것이 느껴져 좋았고, 매니저님의 서비스는 올해 본 스시야들 중에서 가장 좋았다. 여기가 미국이었으면 팁 40%를 드려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던.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모나카의 맛도 훌륭했지만 팥이나 녹차아이스크림이 그렇게 히트를 준다는 느낌은 아니였어서, 가볍게 샤베트로 마무리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양도 충분히 많은 곳이기도 하고.
하지만 분명 다시 방문하고 싶고, 지인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스시야라고 생각한다.